동성애의 유발 요인
동성애에 대한 의학적 논의는 19세기에 시작되었다. 이전에는 동성애를 주로 종교적, 도덕적 내지 법적 관점에서 대처하였다. 19세기에 이르러 의학에서는 대개의 신경정신병을 ‘원발성’ 뇌의 질병으로 보고, 그 원인을 신경학적인 뇌세포의 변성(degeneration)으로 추측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뇌의 변성으로 발생하는 신경정신장애로는 노인성 치매(요즘 말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조발성 치매(정신분열병, 요즘 명칭으로는 조현병), 조울정신병(manic depressive psychosis, 요즘 명칭으로는 양극성 장애), 우울정신병, 망상증, 간질정신병, 히스테리, 성도착증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들 병은 대개 유전하며 점차 악화하는 병으로 보았다.
근대 정신의학에서는 20세기 전후 동성애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이론에 따라 설명하였다. 그에 따르면 정신성적 발달이 정체되면서 거세 공포, 모성의 압도성에 대한 공포(maternal engulfment fear) 그리고 남근 선망 해결의 실패 등을 원인으로 보았다. 특히 남자 동성애자의 경우에는 어릴 때에 어머니와의 과도한 밀착(attachment), 아버지의 부재, 부모에 의한 남성성(masculinity) 발달의 억제, 성장기 동안 자기애(self-love, narcissism) 단계로의 퇴행(regression) 또는 고착(fixation), 형제(자매)와의 경쟁에서 패배 등이 발견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아버지와의 밀접한 관계가 발견되나 연구된 바가 적다. 최근 새로운 정신분석이론 중 아이세이(Isay)는 이성애자가 3∼5세 때 이성과의 성행동 공상을 하듯이 동성애자는 동성과의 성행동에 대해 공상한다고 하였다. 즉, 동성애자는 동성의 부모에게 공상의 초점이 맞춰지므로 여자에서는 어머니가 사랑의 대상(love object)이 되며 이 경향이 어른이 되어도 지속된다는 것이다.[1]
현재에는, 정신분석학적 요인 이외에도, 동성애를 일으키는 요인에는 다양한 것들이 제시되고 있다.[2]
첫째,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보다 어릴 때에 성적 또는 신체적 학대를 받은 사례가 1.6~4배 정도 많다는 보고와 함께, 어릴 때의 학대와 동성애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3-5] 이러한 상관관계의 존재 이유로 동성애 성향이 학대를 유발하였다는 주장이 있지만, 학대가 자존감을 잃게 만들고 자신이 피해자라는 낙인을 찍는 정체성을 갖게 만들어서 또 다른 낙인을 찍는 동성애라는 정체성을 선택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4] 즉, 동성애 성향이 학대를 유발했다는 주장과 학대가 동성애 성향을 유발했다는 두 상반된 주장이 있다. 2013년에 하버드대학의 로버트(Roberts) 등은 동성애는 유발하지 않으면서 학대를 유발하는 가족 특성, 예로서 양부모의 존재, 가난, 부모의 알코올 중독, 부모의 정신 질환 등을 사용함으로써, 유년 시절의 신체적 또는 성적 학대가 동성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6]
둘째, 2013년에 앤더슨 등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보다 어릴 때에 가족 단위의 어려움, 예로서 가족의 정신병, 약물중독, 교도소 수감, 부모의 별거 또는 이혼 등을 더 많이 경험한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7] 이러한 결과는 어릴 때에 가족 단위의 어려움이 동성애 형성에 영향을 미침을 나타낸다.
셋째, 부모의 잘못된 성역할 모델이 동성애가 형성되도록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약하고 리더십이 없는 아버지, 사랑이 없고 무관심하거나 적개적인 아버지, 강하고 아들의 남성다움을 낙담시키는 어머니,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무시를 당하여서 아들을 과잉보호하거나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 어머니와 같은 영향이 자녀를 동성애자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즉, 정상적인 가정에서 올바른 성역할 모델을 하는 부모 밑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동성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유년기의 불안정한 성정체성 때문일 수 있다. 즉 정서적 환경, 주변의 시선, 발육 부진, 뚱뚱함 등 때문에 친구로부터 놀림과 거절을 경험할 때 정상적인 성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동성애의 뿌리는 성적인 것이 아니라 인정의 결핍, 소속감의 결핍, 박탈감, 오랜 거절감, 불안정감 등이라고 본다. 전동성애자인 앤디 코미스키는 “대부분 동성에 대한 호감은 열 살 이전에 시작되며, 이러한 호감은 감정적이고, 성적이지 않으며, 무의식적인 것이다. 이러한 느낌이 나중에는 성적 친밀감이 사랑받고 인정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중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다섯째, 기숙사, 교도소, 군대에서 동성애를 우연히 경험하거나 여성의 경우에 성폭행과 같은 잘못된 성경험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죄책감, 집착, 역공포 방어(counterphobic defense, 경험한 공포를 상쇄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되풀이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폭주족,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 등) 등의 심리기제와 관련된다. 남성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은 남성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오해를 하거나,[8] 동성애를 학습할 수도 있고,[9] 남성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은 여성은 남성과의 성관계를 피하려고 한다.[10]
여섯째, 동성애를 우호적으로 표현하는 영화, 동성애자의 성적행위를 묘사하는 포르노, 동성애자인 친구들의 이야기 등을 통하여 동성애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동성애자가 될 수도 있다. 현대 사회로 올수록 이러한 문화의 영향에 의해서 동성애 충동을 갖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동성애자들의 성적관계를 리얼하게 묘사하는 음란물을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배우들이 묘사하는 쾌락의 모습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한번 동성애를 해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만든다. 그러한 열망이 결국 한두 번 경험하게 만들고, 그 후에는 친구들에게 동성애를 권유하고 동참하게 만들어서 동성애가 청소년들에게 확산되게 된다.
일곱째, 동성애를 인정하는 사회 풍토가 동성애를 행동으로 옮기게 만든다. 특히 학교에서 동성애를 성교육 시간에 정상이라고 가르치면, 더욱 담대하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동성 친구와 실제적으로 동성애를 경험하게 된다. 동성애가 인정되고 성적으로 자유방임적인 서구 사회에서는 마치 윤락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것처럼,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사는 남성들이 잠간 시간을 내어서 동성과의 성관계를 맺고 있으며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동성애를 묘사하는 음란물과 동성애를 인정하는 사회 풍토가 최근 서구 사회에서 동성애자의 비율을 증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동성애를 정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법에 의해서 동성애를 정상이라고 인정하고 학교와 사회에서 동성애를 정상으로 간주하고 가르치게 됨에 따라 급속히 다음 세대에서의 동성애자의 숫자가 증가하게 되고, 그렇게 증가한 동성애자들이 정치적인 압력 단체가 되어서 동성애를 정상으로 더욱 인정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비유를 들면, 담배가 수많은 발암물질을 가진 백해무익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사회적으로 묵인하고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담배에 중독된 사람의 숫자가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동성애에 빠지게 만드는 성격이나 경향을 심리적으로 타고 나든지 혹은 신체적인 요소를 타고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선천적으로 반대의 성에 가까운 외모, 목소리, 체형 등의 신체적인 것과 성격 등의 심리적인 경향을 가지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요인들을 크게 둘로 나누면,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부모의 잘못된 성역할 모델, 유년기의 불안정한 성정체성, 왜곡된 성경험, 동성애를 미화하는 문화적 유혹과 친구의 유혹, 동성애를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와 교육 등은 후천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고, 타고난 반대의 성에 가까운 외모, 목소리, 체형 등의 신체적인 것과 성격 등의 심리적인 경향은 선천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열거된 요인들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현대 사회에서는 후천적인 요인들에 의한 영향이 선천적인 요인들에 의한 영향보다도 더 직접적이며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의 경우에서는 선천적인 요인들과 후천적인 요인들이 결합하여서 동성애적 경향을 강화하고 증폭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타고난 심리적인 경향이 있는데다가 잘못된 부모의 성역할 모델이 있으면 더 쉽게 동성애자로 될 수 있다. 그래서 엄밀하게 어느 정도가 후천적이며 어느 정도가 선천적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선천적인 요인은 동성애자가 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고 후천적인 요인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안전하다.
동성애를 유발하는 여러 요인들이 동성애자가 되도록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지만, 그러한 요인들이 결정적인 것이어서 어쩔 수 없이 동성애자가 되었다고 말하면 안 된다. 즉,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들이 동성애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만드는 강제성을 뜻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환경이나 요인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의지와 절제력이 있으며, 동일한 환경이나 요인을 가진 사람 중에서 극히 소수만 동성애자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성애자가 되는 기저에는 요인들의 영향을 받고 동성애자가 되겠다고 결단하는 자신의 의지적 선택이 있다. 자신에게 다가온 유혹, 색다른 경험을 받아들여 동성애자의 길로 갈 수도 있고, 혹은 그것들을 의지적으로 거부하여 멀어질 수도 있다. 즉, 사람의 행동은 환경이나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환경이나 요인 중에서 자신의 선택이라는 ‘여과망’을 통과한 것만 그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동성 간의 성관계도 성적 쾌감을 주므로, 동성애를 경험한 후에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킨다. 알코올, 마약, 도박 등에 의존하는 이유가 그것들을 경험했을 때에 느끼는 쾌감 때문인 것처럼, 동성애로부터 얻는 쾌감이 동성애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중독이 되어 자신도 끊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동성애는 두 인격체 사이에 이루어지기에, 육체적 쾌감뿐만 아니라 정서적 친밀감을 나눌 수 있고, 동성애 상대자로부터 보호, 배려, 경제적 도움 등을 받을 수 있으므로, 동성애는 다른 의존보다도 더 끊기 어렵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자신의 의지적 선택으로 동성애를 받아들였지만, 나중에는 빠져 나오고 싶어도 빠져 나올 수 없는 소위 중독 상태에 이른다.
요약을 하면, 부모, 친구, 경험, 문화, 사회 풍토 등의 후천적인 요인과 신체적인 요소, 성격, 이성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 외모 등의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 동성애 성향(씨앗)이 마음에 형성될 수 있다. 후천적인 요인이 선천적인 요인보다 더 영향을 미치며, 선천적인 요인은 간접적이다. 또한 어릴 때에 형성된 동성애 성향은 확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적 선택에 의해 동성애 성향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행동을 옮기게 되면 동성애 성향이 마음에 자리를 잡고 강화되며, 강한 의존성에 의해 동성애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동성애라는 성적 행동 양식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1] 민성길 (2006). 최신정신의학. 제5판. 서울: 일조각.
[2]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2013).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진실. 서울: 고려문화사, 15-18쪽.
[3] Hughes, T. L., A. P. Haas, L. Razzano, R. Cassidy, and A. Matthews (2000). Comparing lesbians and heterosexual women’s mental health: A multi-site survey. Journal of Gay & Lesbian Social Services, 11, 57.
[4] Saewyc, E. M., C. L. Skay, S. L. Pettingell, E. A. Reis, L. Bearinger, M. Resnick et al. (2006). Hazards of stigma: The sexual and physical abuse of gay, lesbian, and bisexual adolescent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Child Welfare, 85, 195.
[5] Roberts, A. L., S. B. Austin, H. L. Corliss, A. K. Vandermorris, and K. C. Koenen (2010). Pervasive trauma exposure among US sexual orientation minority adults and risk of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100, 2433.[6] Roberts, A. L., M. M. Glymour, and K. C. Koenen (2013). Does maltreatment in childhood affect sexual orientation in adulthood? Archives of Sexual Behavior 42, 161.[7] Andersen, J. P., and J. Blosnich (2013). Disparities in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among sexual minority and heterosexual adults: Results from a multi-state probability-based sample. PLoS ONE, 8, e54691.[8] Gartner, R. B. (1999). Sexual victimization of boys by men: Meanings and consequences. Journal of Gay and Lesbian Psychotherapy, 3, 1.[9] Cameron, P., and K. Cameron (1996). Do homosexual teachers pose a risk to pupils? Journal of Psychology, 130, 603.[10] Marvasti, J. A., and V. Dripchak (2004). The trauma of incest and child sexual abuse: Psychobiological perspective. In J. A. Marvasti (Ed.), Psychiatric treatment of victims and survivors of sexual trauma(pp. 3–18). Springfield, IL: Charles C Thomas.
출저: 한국성과학연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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